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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y Magdalene, 여성의 시선

by 취다삶 2025. 12. 7.

"Mary Magdalene, 여성의 시선"은 2018년에 개봉한 성경 영화 Mary Magdalene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복음서 해석에서 벗어나 마리아 막달라의 입장에서 예수의 사역과 십자가, 부활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적 재현을 넘어, 종교적 상징과 인간 내면의 갈등, 여성의 신앙적 자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기존 기독교 영화가 대부분 남성 제자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마리아 막달라라는 인물을 통해 복음의 본질과 인간의 영적 여정을 탐색한다. 본문에서는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마리아의 시선, 여성 제자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종교적 메시지를 둘러싼 인간의 내면적 갈등 표현 방식을 중심으로 이 작품을 분석한다.

 

 

마리아 막달라(2018) 포스터 사진
마리아 막달라(2018)

 

 

마리아 막달라의 시선으로 본 예수의 사역

영화 Mary Magdalene은 복음서 속 예수의 생애를 재구성하면서도, 이야기의 주체를 마리아 막달라로 전환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접근이며, 영화가 시도하는 신학적이고 예술적인 핵심 중 하나다. 영화는 마리아가 갈릴리의 한 어촌에서 가족의 압박과 결혼 강요에 시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공동체의 억압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영혼과 독립된 신앙을 갈망하게 되며, 이내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픽션적 장치가 아니라, 복음서에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라의 내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영화 속 마리아는 병자도 아니고, 창녀도 아니며, 회개할 죄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내면의 진리를 갈구하는 영적 구도자다. 그녀는 예수의 설교를 처음 듣고, 깊은 감동과 혼란을 동시에 느끼며, 이후 제자 공동체에 스스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여성 주체로서의 종교적 자각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다.

영화는 예수의 사역 장면을 마리아의 시선에서 전개한다. 병자를 치유하거나 군중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장면은 예수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 감정, 반응을 따라 구성된다. 이로 인해 관객은 전통적인 성경 영화와는 전혀 다른 체험을 하게 되며, 예수의 말씀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지를 내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영화는 마리아가 다른 남성 제자들과 구별되는 점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녀는 예수의 기적에만 집중하지 않으며, 그의 메시지의 본질, 즉 ‘하나님 나라가 너희 안에 있다’는 말씀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는 요한복음의 영적 구조와도 유사하며, 그녀의 존재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복음의 본질을 꿰뚫는 이해자임을 암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리아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바라보고, 부활 이후에도 제자 공동체를 떠나지 않는다. 남성 제자들이 두려움과 혼란 속에 움직이지 못할 때,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말하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이러한 장면 구성은 마리아 막달라가 복음의 수동적 전달자가 아닌, 능동적 해석자이자 실천자로 기능함을 명확히 한다. 영화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복음을 다시 보고, 다시 느끼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여성 제자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

Mary Magdalene이 시도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마리아 막달라를 '회개한 창녀'라는 오랜 서구 전통에서 해방시키고, 하나의 독립된 영적 존재로 복권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캐릭터의 정체성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복음서의 해석 방식 자체를 전복하는 시도다. 교회 역사 속에서 마리아 막달라는 종종 여성을 복종과 회개의 상징으로 삼는 도구로 활용되어 왔으나, 이 영화는 그녀를 복음의 본질을 꿰뚫는 자, 그리고 예수의 메시지를 가장 잘 이해한 제자로 설정한다.

영화는 마리아를 단지 예수의 곁에 있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그녀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때로는 남성 제자들과 갈등을 겪는다. 특히 베드로와의 충돌은 중요한 서사 구조 중 하나다. 베드로는 예수의 죽음 이후 리더십을 잡으려 하지만, 마리아는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이 권력이 아닌 섬김과 내면의 해방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장면은 교회 초기 공동체에서 여성의 역할을 둘러싼 긴장과 논쟁을 반영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제기한다.

마리아의 역할은 예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한다. 이는 추상적 교리나 외적 기적보다,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를 단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빛, 침묵, 감정의 진폭을 통해 전달한다. 이는 영화 언어의 특징을 활용한 신학적 메시지 전달 방식이며, 마리아를 감정적이면서도 지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또한 영화는 마리아가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여성 간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이는 남성 제자 중심의 복음서 서사와는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하며, 복음이 단지 개인의 구원 이야기가 아닌 공동체적 해방의 이야기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성은 현대 여성 신학, 특히 제3세계 여성 신학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종교와 젠더의 새로운 대화를 열어준다.

이처럼 영화는 마리아 막달라를 전통적 틀에서 벗어난 신앙인의 모델로 제시한다. 그녀는 질문하고, 듣고, 실천하며, 끝까지 예수의 길을 따르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단지 여성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녀의 모습은 오늘날 신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종교와 인간 내면의 갈등 표현 방식

Mary Magdalene은 종교 영화이지만, 전통적인 교리 중심이나 기적 중심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는 종교적 메시지를 인간의 내면 갈등, 심리적 고통, 영적 선택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영화 문법에 더 가까우며, 복음서에 담긴 이야기들을 철저히 인간의 삶과 감정의 차원에서 재해석한다.

마리아 막달라는 영화 내내 자신이 믿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족의 억압, 공동체의 시선, 제자 공동체 내의 갈등 등은 그녀가 단순히 신앙을 고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종교를 개인 내면의 문제로 끌어오는 동시에, 그 신앙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전환된다.

예수 역시 이 영화에서 전통적 메시아상과는 다르게 묘사된다. 그는 고통 받고, 지치며, 때로는 혼란을 겪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마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더욱 부각된다. 그녀는 예수를 절대적 존재가 아닌, 사랑과 고통, 자비와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존재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은 신앙의 대상이 된 예수를 ‘따르는 존재’에서 ‘이해하고 함께 하는 존재’로 전환시키며, 그로 인해 관객은 더 깊은 감정적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자연과 침묵, 긴 여백의 장면들을 적극 활용하며, 인간 내면의 변화와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스라엘 황무지를 걷는 장면, 눈물 없이 바라보는 십자가의 장면,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 등은 말보다 더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종교적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단지 열광이나 기적 체험이 아님을 보여주며, 종교적 경험이 고요하고 절제된 내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Mary Magdalene은 종교를 믿음의 강요가 아닌, 개인의 자각과 내면의 결단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마리아 막달라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복음서의 이야기를 다시 보고, 전통적 교리를 다시 묵상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지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신앙인의 내면 여정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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