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연대기(2017)의 월경 담론과 여성 서사
‘피의 연대기(2017)’는 김보람 감독이 연출한 장편 다큐멘터리로,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침묵되고 금기시되었던 ‘월경’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월경은 절반의 인류가 경험하는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오랫동안 부끄러운 일, 숨겨야 할 일, 혹은 수치스러운 일로 치부되어왔다. 이 다큐멘터리는 바로 그 ‘침묵’의 역사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몸과 삶,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신체를 규정하고 억압해 왔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단순한 월경 정보 전달을 넘어서, 이 영화는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 교육의 부재, 미디어의 왜곡된 이미지, 그리고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말하게 되는 과정까지 포괄한다. ‘피의 연대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며, 동시에 오래된 금기에 맞..
2026. 2. 11.
곡성(2016)의 악의 실체와 믿음의 혼란
‘곡성(2016)’은 나홍진 감독이 연출한 한국 스릴러 영화로, 미스터리, 종교, 민속신앙, 악령과 인간 심리라는 복잡한 주제들이 혼재된 작품이다. ‘곡성’은 단순한 공포 영화나 스릴러로 보기엔 너무나도 다층적인 상징과 해석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관객의 믿음과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외지인으로 보이는 일본인의 등장과 함께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이상 증상, 무속인과의 갈등, 가톨릭적 이미지와 구마 의식 등이 얽히며, 영화는 단순히 ‘악’의 실체를 밝히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악을 대하는 인간의 내면, 신념, 공포, 불확실성에 대해 철저히 파고든다.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이 작품은, 종교적 상징성과 심리적 트라우마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믿음’이 ..
2026.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