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hristmas (라스트 크리스마스, 2019)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감성 로맨스 영화로, 단순한 연애 이야기 이상의 깊은 정서와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이혼한 부모, 불안정한 직업, 건강 문제, 가족과의 갈등 등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주인공 케이트가 삶의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다가, 톰이라는 신비로운 남자를 만나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지 마이클의 음악이 중심에 흐르며, ‘Last Christmas’라는 곡의 의미가 이야기 전개와 절묘하게 연결되어 감정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본문에서는 창문을 열지 못했던 날들, 그의 발자국이 남긴 온도, 마음이 다시 숨 쉬는 순간이라는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세 소제목을 중심으로 이 영화의 핵심 정서와 메시지를 섬세하게 따라가 봅니다.

창문을 열지 못했던 날들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는 이야기의 초반부에서 삶의 대부분을 무기력과 피로, 불만 속에서 보냅니다. 과거에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생사를 오갔던 그녀는, 수술 후 살아남았지만 진정으로 ‘살고’ 있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그녀는 런던의 크리스마스 숍에서 일하며, 가족과도 멀어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습니다. 늘 실수를 반복하고, 현실에 불만을 품지만 그 불만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부족한 모습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삶을 잃은 채 살아가는 사람’의 초상을 케이트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녀가 머무는 공간은 좁고 어지럽고, 그 안에는 빛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는 그녀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반영한 장치로, 그녀가 얼마나 자기 자신과 삶을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매일 크리스마스 장식과 음악 속에서 일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는 따뜻함이나 기대가 사라져버린 상태입니다. 그녀는 창문을 열지 않습니다. 햇빛도, 바람도, 소리도 차단된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셈입니다. 삶의 의욕이 사라지고, 이유 없는 분노와 방황만이 남은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톰이 그녀 앞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녀는 점차 창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비유적으로도, 실제로도. 톰은 ‘그냥 걷는 것’의 의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의 소중함,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건네는 삶의 방식을 말없이 보여줍니다. 그의 등장 이후, 케이트는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폐쇄적인 자신의 삶에 균열을 느낍니다.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닫아두었던 ‘창문’이 열리는 과정은, 곧 그녀의 삶이 다시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하는 순간들을 상징합니다. 이 변화는 급작스럽게 일어나지 않으며, 영화는 이를 서정적으로, 조용히 따라갑니다.
그의 발자국이 남긴 온도
톰은 이 영화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입니다. 그는 언제나 핸드폰을 두고 다니고,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모든 상황에서 여유롭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그의 등장은 현실적이기보다는 다소 초현실적이며, 처음부터 어딘가 모르게 비현실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바로 그 ‘비현실성’이 영화의 감정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톰은 케이트에게 ‘다른 시선’을 제시합니다. 그는 빠르게 소비되는 도시의 삶과는 반대로, 천천히 걷고, 눈을 마주치고, 주변을 살피는 삶의 방식을 고수합니다. 그는 그녀를 런던의 골목길로 이끌고, 낯선 풍경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톰은 단 한 번도 케이트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가 자기 자신을 다시 보도록 이끕니다. 그리고 영화 중후반, 케이트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합니다. 톰은 그녀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을 때, 심장을 기증한 바로 그 사람—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이었습니다. 이 반전은 영화의 제목, 그리고 삽입곡인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의 의미와 완벽하게 맞물리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톰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남긴 발자국은 현실에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케이트는 더 이상 이전의 무기력한 자신이 아니며,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고, 세상과 연결되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그녀가 노숙자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가족과 화해하고, 무대에 다시 서는 모습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겠다는 선언입니다. 그의 발자국은 따뜻합니다. 그의 존재는 사라졌지만, 케이트는 이제 그 온기를 자신의 삶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를 과장하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그려냅니다. 오히려 그 절제된 연출이 감정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관객은 톰의 존재가 환상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가 남긴 흔적이 너무도 실제적이기에 위로를 받습니다.
마음이 다시 숨 쉬는 순간
마지막 장면에서 케이트는 자신만의 크리스마스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남을 흉내내지도, 현실을 피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생명을 제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고, 그 다짐은 삶의 작은 선택들 속에서 증명됩니다. 이 영화는 ‘기적’이나 ‘크리스마스의 마법’에 기대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재시작이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케이트는 이제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녀의 변화는 단순한 외적 성장이 아닌, 내면의 치유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심장을 기증받았다는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자신의 삶에 연결한 것, 그 정서적 체험이 그녀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톰과 함께한 기억은 현실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녀는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단지 슬픔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줍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도 케이트와 톰이 함께했던 공간들을 보여주며, 그 기억이 그녀에게 어떤 힘으로 남아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관객 역시 이 장면들을 통해, 잃어버린 사람들과의 추억이 어떻게 삶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지를 공감하게 됩니다. Last Christmas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전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따뜻함과 희망을 전하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마법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되, 그 안에서 다시 숨 쉬는 법을 배우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케이트가 다시 숨 쉬게 되는 그 순간은, 곧 우리 모두가 그해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지나며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용기를 얻는 장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