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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영화 리뷰 (노쇠한 킬러, 과거와 현재, 아쉬운 완성도)

by 취다삶 2026. 3. 12.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액션을 보러 간 건지 드라마를 보러 간 건지 모르겠네.' 파과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60대 여성 킬러라는 신선한 소재는 좋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뭔가 찝찝한 기분이 남더라고요.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노쇠한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파과는 흠집 난 과실이라는 뜻과 함께 여자 나이 16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파과(2025) 영화 포스터 사진
파과(2025)

파과라는 제목에 숨겨진 이중적 의미

영화를 보다 보니 파과라는 단어가 참 절묘하게 설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과는 문자 그대로 과일에 난 흠집을 뜻하지만, 동시에 옛말로 16세 소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죠. 여기서 파과란 단순히 늙어서 쓸모없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류를 처음 만났던 16세 소녀의 순수한 마음과 40년간 킬러로 살아온 60대 조각의 노쇠함을 동시에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영화 속에서 과일은 계속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엔 이게 좀 과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파과와 사람을 계속 비교하려는 의도였더라고요.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과일처럼 노화로 쓸모없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한 거였습니다. 주인공 조각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각은 짐승의 발톱을 뜻하는 손톱에서 비롯된 이름이면서, 동시에 소중했던 류를 잃고 난 뒤 그녀의 마음속에 남은 단 한 조각을 의미하기도 하죠.

솔직히 말하면 영화가 이런 메타포를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오히려 어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각이 직접 자기 이름의 뜻을 설명하는 장면이나, 파과의 의미를 대사로 풀어내는 부분은 제가 보기에 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소설이라면 지문으로 읽어도 자연스러웠겠지만, 영화에서 대사로 들으니 너무 설명조로 느껴졌거든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플래시백의 혼란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과거와 현재를 계속 오가는 플롯 구성이었습니다. 플래시백 기법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파과는 이걸 너무 자주 사용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지금 이게 과거야, 현재야?' 헷갈리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플래시백이란 과거 장면을 삽입하여 현재 스토리에 맥락을 부여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과거 회상 신에 젊은 조각이 아니라 나이 든 조각을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과거 배경인데 60대 조각이 걸어 다니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엔 '이거 실수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연출 의도가 있더라고요. 40년간 쌓인 감정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한 거였습니다. 류가 죽었던 과거 사건이 현재의 조각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연출이 실제로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만 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전개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특히 투우와 조각의 관계가 결말에서 밝혀지는 부분은 진작 예상이 됐는데, 정작 조각은 투우가 죽어가는 순간에야 그를 기억해 냅니다. 이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핵심 반전은 투우가 과거 조각이 구해줬던 아이였다는 건데, 이미 중반부터 투우의 미적지근한 태도 때문에 관객은 다 눈치챕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투우가 "진작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왜 이렇게까지 했어?' 싶었습니다. 감동은커녕 납득이 안 되더라고요.

아쉬운 완성도와 원작과의 괴리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 소설은 60대 킬러 조각의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는데, 영화는 한정된 러닝타임 때문에 이걸 다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러닝타임이란 영화의 총 상영 시간을 의미합니다. 파과는 약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40년의 시간을 압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다소 기능적으로 소비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류아, 손 실장, 강 선생 같은 조연들은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한 도구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좋은 영화는 조연 캐릭터도 저마다의 이유와 동기가 명확한데, 파과는 조각 외의 캐릭터들이 충분히 살아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우의 긴 독백 장면도 감동보다는 '이게 뭐지?' 하는 당혹감만 남았습니다.

액션 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제목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60대 노인 킬러입니다. 그렇다면 60대만이 할 수 있는, 60대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액션을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실제로 보니 다른 액션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냥 '주인공이 60대라서 더 아파 보인다' 정도? 레옹 같은 킬러 영화를 기대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뭔가 어중간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도 아쉬웠습니다. 액션 장면의 타격음은 신경 쓴 것 같은데, 그 외 장면들은 너무 전형적인 음악과 효과음을 사용해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화인 만큼 사운드로 분위기를 구분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세심함이 부족했습니다.

파과는 원작 소설의 메타포와 캐릭터 설정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놓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소설이 아니니까요. 소설의 장점을 영화로 옮기려면 영화만의 방식이 필요한데, 파과는 그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원작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영화 자체가 부자연스러워진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결국 저는 파과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60대 여성 킬러라는 소재는 분명 신선했고, 파과와 조각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만약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구병모 작가의 원작 소설 '파과'와 외전 '파쇄'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소설에서는 훨씬 잘 표현되어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NpubPdY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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