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불이 꺼질 뻔했다. 그리고 다시 켜졌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영화 흥행의 흐름을 돌아보면 위기와 회복, 그리고 또 다른 위기라는 세 개의 국면이 반복됐다는 걸 알 수 있다.

2020년~2021 , 천만이 사라진 2년
2020년은 한국 영화 산업이 사실상 멈춰 선 해였다. 코로나19가 전국을 덮치면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급격히 줄었고, MediaToday 그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로 약 475만 명에 그쳤다. 천만은커녕 500만도 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약 439만 명으로 뒤를 이었고,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400만을 넘겼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로서는 의미 있는 수치였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약 157만 명으로 그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어느 영화도 예년의 흥행 기준에 근접하지 못했다.
2021년은 더 혹독했다. 그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은 모가디슈로 약 361만 명이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시기에 300만을 넘겼다는 것 자체가 당시엔 뉴스가 됐다. 발신제한이 약 95만 명, 싱크홀이 뒤를 이었지만 전반적으로 100만을 넘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해였다. 2020년과 2021년 2년간 한국 영화에서 천만 관객은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Namu Wiki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천만을 노려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모가디슈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두 편에 붙었다는 사실이 그 시절 한국 영화가 처한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2022~2024년, 천만 영화의 귀환과 대작 양극화
2022년은 한국 영화 시장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해였다. 그 중심에는 범죄도시2가 있었다. 약 1,269만 명을 동원하며 코로나 이후 첫 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FM Korea 2년간 천만이 없었던 극장가에 범죄도시2가 불을 다시 지핀 것이다. 한산: 용의 출현이 약 726만 명, 공조2: 인터내셔날이 약 698만 명으로 뒤를 이으며 한국 영화 강세가 확인됐다. 헌트가 약 435만 명, 올빼미가 약 322만 명으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2022년은 코로나 이후 극장 시장이 재시작되는 단계였고 그 재시작의 신호탄은 마동석의 주먹이 쏘아 올렸다고 생각한다.
2023년은 완전한 회복의 해였다. 서울의 봄이 약 1,312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1위를 차지했고, 범죄도시3가 약 1,068만 명으로 뒤를 이으며 한 해에 천만 영화 두 편이 탄생했다. 밀수가 약 510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약 384만 명, 노량: 죽음의 바다가 약 343만 명으로 상위권을 형성하며 한국 영화가 시장을 주도했다. 2024년은 파묘가 약 1,191만 명, 범죄도시4가 약 1,144만 명으로 상반기를 장악했다. Kofic 베테랑2가 약 752만 명, 하얼빈이 약 491만 명으로 하반기를 이끌었다. 2024년에도 천만 영화는 총 2편이 배출됐으며 검증된 시리즈물과 비수기 입소문 영화 한 작품이 천만을 넘겼다는 점에서 2023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Namu Wiki 상위 몇 편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영화들은 100만을 넘기기도 어려운 양극화 구조가 이 시기부터 뚜렷해졌다고 생각한다.
2025~2026년, 또 다른 위기와 반등의 신호
2025년은 충격적인 해였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 영화가 나오지 않은 해로 기록됐다. 2025년 한국영화 관객 수는 4,358만 명으로 전년 대비 39.0% 감소했다. MediaToday 연간 TOP5 가운데 한국 영화는 좀비딸이 유일했고, 연간 박스오피스 1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로 754만 명을 기록했다. Nate 좀비딸이 약 563만 명으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예년 기준으로는 중간 흥행에 불과했다. 코로나 시기와는 다른 종류의 위기였다. 코로나 때는 강제적인 이유로 극장을 못 간 것이었다면 2025년은 자발적으로 극장을 외면하기 시작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6년은 반등의 신호가 왔다. 왕과 사는 남자가 약 1,640만 명이라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시장을 다시 견인했다. 2022년 범죄도시2가 재시작의 신호탄이었다면, 2026년 왕과 사는 남자는 침체 이후 반등의 신호탄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편의 대작이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 시장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대작에 의존하는 흥행 구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만 영화가 나오면 살아나고 없으면 침체되는 시장, 그 구조 속에서 다양한 규모의 영화들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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