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불완전한 사람이 사건을 추적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오 문희는 그 독특한 설정 위에 웃음과 감동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치매 할머니의 불완전한 기억으로 풀어가는 사건
문희(나문희)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구조가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완전하지 않은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방식이 기존 범죄 수사물과는 전혀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치매라는 소재를 단순히 안타깝거나 무겁게 그리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핵심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이 영리하다고 느낀다.
아들 두원(이희준)과 문희의 관계가 영화의 감정선 중심을 이룬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관계 안에서 치매라는 현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쌓인다. 웃음이 나는 장면에서 충분히 웃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이 영화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문희,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담아낸 연기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나문희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아이캔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연기하며 깊은 감동을 전했던 나문희가 이번엔 치매 할머니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돌아왔다. 치매로 인해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코믹한 장면들과 그 안에 담긴 애틋함을 동시에 소화해 내는 나문희만의 연기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치매라는 소재는 자칫 무겁고 침울하게 흘러갈 수 있는데, 나문희의 연기가 그 균형을 잘 잡아준다고 느낀다.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는 능력이 이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걸 이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코로나가 앗아간 관객, 아쉬운 35만
약 35만 명이라는 관객 수는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저조한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이 모일 수 없었던 극악의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주 사라진 VIP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었을 작품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미디 드라마 범죄라는 장르 조합과 나문희라는 배우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나문희의 연기가 보고 싶다면 반드시 찾아볼 영화
오 문희는 치매라는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불완전한 기억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독특한 구조, 나문희의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담아낸 연기, 엄마와 아들의 감정선이 만들어내는 따뜻함까지 충분히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문희의 기억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내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스트리밍 안내 — 글 작성 시점 기준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 가능하다.
단, 플랫폼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 후 이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