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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5(2009)의 동반자살 서사

by 취다삶 2026. 1. 25.

‘여고괴담 5 – 동반자살(2009)’은 한국 공포 영화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인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가 구축해 온 학교 괴담의 정서를 계승하면서도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중심 키워드로 삼아 보다 직접적이고 사회적인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귀신이나 원혼에 의존하는 공포에서 벗어나, 청소년기 소녀들이 겪는 고립, 관계의 균열, 그리고 집단 속에서 소멸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서사의 중심에 배치한다. ‘동반자살 서사’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분석하면, 공포는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와 관계의 붕괴 속에서 발생하며, 이는 여고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고괴담5(2009) 포스터 사진
여고괴담5(2009)

 

 

학교 공간과 죽음의 반복 구조

‘여고괴담5’에서 학교는 더 이상 학습과 성장의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감정이 억압되고, 개인의 고통이 집단 속에 묻히며, 결국 죽음이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구조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영화는 동반자살이라는 사건을 단발적 비극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재생산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는 곧 공포의 원인이 특정 인물이나 귀신이 아니라, 공간과 구조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라는 공간은 물리적으로는 개방되어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철저히 폐쇄되어 있다. 교실, 계단, 화장실, 옥상 등 익숙한 장소들은 영화 속에서 모두 죽음의 무대로 전환된다. 특히 옥상은 ‘탈출’과 ‘해방’의 상징이 아니라,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반복 등장하며, 이 공간적 반복은 영화 전반에 걸쳐 죽음의 예고처럼 기능한다. 이는 곧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출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음을 상징한다. 영화는 동반자살 사건 이후에도 학교의 일상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사들은 사건을 ‘불미스러운 사고’ 정도로 축소하고, 학생들은 애도보다 침묵을 강요받는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죽음을 처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죽음을 은폐하고 지워버리는 시스템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태도는 또 다른 비극을 낳는 토양이 되며, 공포는 귀신의 등장보다 이러한 반복 구조에서 더욱 강하게 발생한다. 또한 ‘여고괴담 5’는 시간의 흐름을 직선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과거의 동반자살 사건과 현재의 불안이 교차되며, 죽음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죽음이 개인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고, 공동체 전체에 균열을 남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교는 이 균열을 치유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것을 누적시키며 또 다른 비극을 준비한다. 결과적으로 ‘여고괴담 5’에서 학교는 공포의 배경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다. 반복되는 죽음과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스템,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일상은 관객에게 초자연적 존재보다 더 깊은 불안을 안긴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왜 계속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소녀 연대와 파괴된 정체성

‘여고괴담5 – 동반자살’의 핵심 정서는 소녀들 사이의 관계, 특히 연대와 의존, 그리고 그 관계가 파괴될 때 발생하는 정체성의 붕괴에 있다. 영화 속 소녀들은 각자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강한 고립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 고립은 가정, 학교, 또래 집단 어디에서도 온전히 해소되지 않으며, 결국 또 다른 소녀와의 밀착된 관계를 통해 일시적으로 봉합된다. 동반자살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충격적인 소재를 넘어, 극단적인 연대의 형태로 기능한다. 서로를 유일한 이해자로 인식하는 소녀들은 관계가 깨질 가능성을 ‘죽음’으로 봉인하려 한다. 이는 곧 ‘너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왜곡된 자기 인식의 결과이며, 영화는 이러한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이 관계는 겉으로는 우정이나 연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정체성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에서 유지되는 불안정한 결속이다. 영화는 소녀들의 감정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질투, 불안, 소유욕, 배신감 등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그 누적이 어떻게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누군가가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남겨진 쪽은 그것을 ‘배신’으로 인식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느낀다. 이때 발생하는 분노와 절망은 초자연적 현상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를 만들어낸다. 정체성의 문제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소녀들은 자신의 욕망이나 고통을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만 자신을 규정한다. 시험 성적, 외모, 친구 관계 등 외부 기준에 의해 끊임없이 평가받는 환경에서, ‘나 자신’이라는 개념은 점점 희미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인물과의 밀착은 자아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지지만, 그마저 무너질 경우 정체성은 완전히 붕괴된다. ‘여고괴담 5’는 이러한 파괴된 정체성을 귀신이나 환영으로 형상화한다. 죽은 소녀의 존재는 단순한 원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지워진 정체성의 잔재로 읽힌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관계에 묶여 있는 존재로서, 떠나지 못하고 반복을 강요한다. 이 점에서 영화의 공포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끊어내지 못한 관계와 그로 인해 남겨진 상처에서 발생한다. 결국 ‘여고괴담 5’는 소녀 연대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취약성과 위험성을 조명한다. 연대는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체성이 될 때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냉정하게 보여준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변주와 한계

‘여고괴담5 – 동반자살’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서, 이전 작품들이 구축해 온 미학과 주제를 계승하는 동시에 변주를 시도한다. 여고라는 공간, 억압된 소녀의 감정,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원한과 기억은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요소다. 그러나 5편은 초자연적 공포보다 현실의 문제에 더욱 밀착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구별된다. 특히 동반자살이라는 소재 선택은 시리즈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괴담이나 도시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극이며, 영화는 이를 장르적 장치로만 소비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귀신의 존재조차 사건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설정되며, 공포의 중심은 살아 있는 인물들과 그들이 속한 구조에 놓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동시에 한계도 드러낸다. 영화는 많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서사적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결국 몇몇 장면과 상징에 의존해 전달한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나 관계의 붕괴가 더 깊이 묘사되기보다는, 공포 장르의 틀 안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시리즈가 가진 상업적 틀과 사회적 메시지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 한계로 볼 수 있다. 또한 시리즈의 반복 구조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여고, 죽음, 원혼이라는 설정은 여전히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새로움을 제한한다. ‘여고괴담 5’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적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나 서사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시리즈 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려 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고괴담 5’가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이 영화는 공포를 통해 소녀들의 고통을 가시화하고,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드러내려 한다. 비록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시리즈가 단순한 괴담을 넘어 사회적 발언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결국 ‘여고괴담 5 – 동반자살’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공포의 대상이 귀신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여고괴담 5 – 동반자살(2009)’은 학교라는 공간과 소녀들의 관계를 통해 반복되는 죽음의 구조를 그려낸 작품이다.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공포의 장치이자, 정체성을 잃은 개인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연대로 제시된다. 이 영화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포를 통해 청소년기의 고립과 사회적 무관심을 드러내며 여고괴담 시리즈가 지닌 사회적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다시 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 비극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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