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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전야(2021) –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는 네 개의 사랑 이야기

by 취다삶 2025. 12. 29.

새해전야(2021)는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기 직전,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받고 흔들리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희망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 옴니버스식 로맨스 영화입니다.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동휘, 이연희, 최수영, 유태오 등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네 개의 커플 혹은 인물군이 각각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서울, 아르헨티나, 중국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국적, 성격,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이 맞이하는 ‘새해’를 통해 결국 우리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묻습니다.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의 감정선을 담아내면서도, 단순한 희망고문이 아닌 현실적 고민과 회복의 여정을 보여주며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새해전야(2021) 포스터 사진
새해전야(2021)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는 네 개의 사랑 이야기

새해전야는 4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성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하나의 커플 또는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며, 겉으로는 ‘연말연시의 설렘과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모든 무게를 낭만이나 감정적 과잉 없이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 흔들리는 관계, 불안한 미래 속에서도 ‘새해’라는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용기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혼 소송 중인 전직 형사 지호(김강우)와 정신적 외상을 겪은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의 이야기입니다. 지호는 부정청탁 수사 도중 자신이 파면당한 사건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효영은 전 연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재활 중인 상황입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어떤 순간에 공감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마음이 닿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지만, 일상 속 작은 동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은 관객에게 진심 어린 따뜻함을 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국제 커플 레아(최수영)와 진아(유태오)의 이야기입니다. 레아는 중국계이며, 진아는 한국인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 가족 간의 갈등, 비자 문제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힙니다. 특히 레아가 한국에 안정적으로 체류하기 위한 문제는 단지 행정적 절차의 문제를 넘어, 이들의 사랑이 과연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영화는 이 문제를 감성적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의 깊이와 더불어 ‘현실’이란 단어가 로맨스에서 얼마나 큰 벽이 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통해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가진 힘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강제로 휴가를 떠난 생기 없는 청년 재헌(유연석)과 파라과이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마르코(아르헨티나 배우 루카스 블란코)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연애담이나 드라마와는 다른 흐름을 탑니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재헌이 타지에서 낯선 이들과 만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중심이 됩니다. 마르코와의 관계는 로맨틱한 관계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서적 유대와 인간적 연결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장면들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압축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용찬(이동휘)과 식물 디자이너 야린(이연희)의 이야기입니다. 용찬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며 국가대표를 준비하고 있지만,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것에 지쳐 있습니다. 야린 역시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삶의 리듬 속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공간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스스로를 감추고 있던 껍질을 서서히 벗어가며 진심으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장애를 그들의 관계의 ‘장애물’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마주한 내면의 불안과 외로움이 서로를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만남의 의미를 되짚습니다. 이처럼 새해전야는 서로 다른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다시 사랑하며, 또 누군가는 자신을 찾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개되면서도,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스치듯 연결되는 방식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것은 단절이 아닌 교차이며, 그 교차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게 됩니다.

연말이라는 감정의 시간, 변화의 문턱에서

새해전야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연말이라는 시간의 특수성을 교차적으로 보여줍니다. ‘연말’은 단순한 계절적 배경이 아닙니다. 이 시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는 ‘심리적 전환점’으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이 감정적 경계선 위에 선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과거를 정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마주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연말은 외롭고, 때로는 허무한 시기입니다. 사회는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외로움을 더 짙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 속 지호와 효영처럼 삶이 꼬이고, 상처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연말은 기쁨보다 무거움이 앞서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야말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습니다. 작고 소박한 변화들이 쌓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움직임이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재헌과 마르코의 이야기는 이 감정선을 가장 잘 드러냅니다. 재헌은 국내에서의 지친 일상을 벗어나 라틴 아메리카로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방황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가 만난 사람들, 전혀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천천히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는 낯선 풍경과 조용한 일상을 교차 편집하면서 재헌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 변화에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또한, 용찬과 야린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우리가 가진 고정된 시선에 도전합니다. ‘장애인 커플’이라는 표면적 프레임은 영화에서 철저히 배제됩니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세계가 얼마나 고독하고 섬세한지를 보여줍니다. 이 둘이 서로의 세계에 스며드는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고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 진심은 누구보다 크며, 변화의 힘이 됩니다. 연말이라는 시간은 이들에게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용기를 제공합니다.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의 풍경도 이러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서울의 도심, 한적한 포도밭, 외국의 바닷가 등은 모두 누군가에겐 낯선 곳이지만, 동시에 마음의 피난처가 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는 다르지만, 결국 그 공간들은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시간의 배경이 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물리적 장소와 감정의 시간을 절묘하게 조율하며, 연말이라는 배경이 단순한 설정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새해전야는 단순한 로맨틱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변화’를 주제로 한 성찰의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은 큰 결정을 내리거나, 누군가와 재회하거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거나, 사랑을 시작하거나 끝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선택은 갑작스럽거나 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내면의 결심에서 비롯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내면의 과정을 정직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도 자신만의 연말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연말은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마주한 모든 감정과 선택을 떠올리게 합니다. 새해전야는 그러한 감정들을 나열하지 않고,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누구나 자신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진짜 위로이며, 단순한 낭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함께한다는 감정의 회복, 그리고 희망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바로 ‘함께한다’는 감정입니다. 새해전야는 연애나 커플 중심의 서사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 연결’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연결이 단지 사랑이 아닌 연대와 공감의 형태로 확장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네 가지 이야기는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누군가와 함께하며 변화하게 되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그립니다. 동성 간의 우정, 연인 간의 갈등, 가족과의 긴장, 외국인과의 문화적 차이 등. 각각의 관계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과 노력은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영화는 이 관계들이 단지 서사의 장치로 쓰이지 않고, 각 인물들의 삶에 진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결국, ‘희망’으로 연결됩니다. 지호와 효영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말없이 위로하고, 함께 걸으며, 아주 작은 일상을 나누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상처가 부끄럽지 않게 되는 순간, 그들은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진아와 레아는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갈등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새로운 결정을 내릴 용기를 냅니다. 이 모든 과정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또한, 영화는 함께함의 의미를 단순한 물리적 동행이 아닌, 감정의 공유로 확대합니다. 재헌은 마르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야린과 용찬은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비로소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는 법을 배웁니다. 이 모든 관계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며, 관객에게 더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새해전야는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인물들의 시간이 교차하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각자의 선택, 결심, 그리고 희망이 맞물리는 장면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피날레처럼 각 이야기의 감정을 하나로 묶어냅니다. 영화는 그 순간, 말합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삶은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다.’

‘새해전야(2021)’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도 새로운 내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불완전한 채로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용기를 담담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전하며, 연말과 새해 사이의 경계에서 관객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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