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 Homecoming, 2017)’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소니 픽처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첫 번째 솔로 스파이더맨 영화로,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 전작들에서 그려졌던 비극적인 출발과 어두운 분위기 대신, ‘홈커밍’은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일상과 성장, 그리고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초점을 맞춘다. MCU 내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과의 관계, 고교 생활의 현실감, 그리고 ‘벌처’라는 새로운 악당과의 대립을 통해, 이 영화는 십 대 슈퍼히어로의 현실적 고뇌와 유쾌한 에너지를 동시에 담아낸다. 유머, 액션, 성장 드라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본 작품은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새로운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재도입하며, MCU 속 ‘일상 영웅’의 서막을 연 작품이다.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리얼한 성장 서사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들과는 달리, 피터 파커의 일상과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에 보다 집중한다. 피터는 뉴욕 퀸즈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친구 네드와 함께 스타크 인더스트리 제품을 조립해 놀 정도로 공학적 재능이 뛰어나다. 동시에 그는 어벤져스의 멤버가 되기를 꿈꾸며, 자칭 ‘프렌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삶은 큰 영웅보다는 동네에서 자전거 도둑을 잡고, 고양이를 구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설정은 스파이더맨의 근본적 매력, 즉 ‘일상 속의 히어로’라는 정체성을 잘 반영한다.
피터는 영화 초반부터 ‘어벤져스’ 전투 이후 토니 스타크에게 발탁되어 슈트를 제공받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건에 관여하려 한다. 하지만 토니는 피터를 아직 준비되지 않은 소년으로 여기며 거리 두기를 유지한다. 이 같은 설정은 피터의 내적 갈등과 성장을 더욱 부각한다. 그는 능력은 있지만, 아직 판단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상태이며, 토니는 그러한 피터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이는 멘토-제자의 관계이자, 아버지-아들의 상징적인 구조로도 해석된다.
학교 생활에서도 피터는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이다. 인기 많은 여학생 리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 다가가지 못하고, 플래시라는 라이벌에게 놀림을 당하는 등 현실적인 10대의 삶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은 피터가 영웅으로서의 책임과 학생으로서의 일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고군분투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특히 학내 퀴즈 대회, 학교 여행 등의 일상적 요소들이 사건과 맞물리며 극의 리얼리티를 강화한다.
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실수’와 ‘성장’이다. 그는 벌처를 추적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스타크가 준 하이테크 슈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장면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들은 그가 점차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토니 스타크가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슈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피터는 결국 슈트가 아닌 자신의 의지와 재능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진정한 의미의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한다.
‘홈커밍’은 이렇게 십대의 불안정성과 히어로의 이상 사이의 간극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기존 마블 히어로들과는 차별화된,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제시한다. 관객들은 피터의 실수에 공감하고,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며, 이는 영화가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성장 드라마로서도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벌처의 존재와 계급 갈등의 현실성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 파커의 가장 큰 적수는 바로 ‘벌처(Vulture)’라는 이름의 범죄자, 에이드리언 툼스이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는, 체제의 모순과 계급 갈등을 상징하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본래 뉴욕에서 폐허 복구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 사장으로, ‘어벤저스’의 전투 이후 생긴 폐기물을 정리하는 계약을 수행하던 중 정부와 토니 스타크가 설립한 ‘대미지 컨트롤’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된다. 이에 대한 분노와 좌절로 인해 그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폐기 기술을 훔쳐 무기를 제조·판매하는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다.
툼스는 단순히 ‘나쁜 놈’이 아니라, 체제의 구조적 문제에 의해 악으로 몰린 인물이다. 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불법 무기를 거래하며, 자신과 동료들을 ‘우리가 버려진 사람들’이라 부른다. 이는 마블 영화 중 드물게 등장하는 계급적 현실 인식이며, 슈퍼히어로 세계관이 항상 상위 계층에 의해 작동되어 왔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툼스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명백한 범죄지만, 그 동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일면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처럼 ‘벌처’는 MCU 악당들 중 가장 인간적이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는 물리적 힘보다는 전략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불만을 무기로 삼으며, 피터 파커와는 세대와 계층의 차이로 대립하게 된다. 특히 영화 중반, 피터가 리즈와의 무도회 데이트를 위해 그녀의 집에 방문했을 때, 툼스가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은 극적인 반전을 제공함과 동시에, 두 인물의 갈등을 감정적으로도 심화시킨다.
이 장면에서 툼스는 피터에게 경고를 하고, 범죄에 개입하지 말 것을 암시한다. 이는 물리적 위협뿐 아니라, 보호자와 소년 사이의 심리적 압박을 함께 가미한 복합적인 갈등 구조를 만들어낸다. 피터는 이 대면 이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며, 결국 개인의 안전이나 사랑보다 ‘정의’를 택하게 된다. 이는 피터가 단순한 고등학생을 넘어,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선택을 내리는 순간이다.
후반부 전투 장면에서 피터는 기술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략과 근성을 통해 툼스를 저지한다. 특히 화물기를 납치하려는 벌처와의 공중전은 스케일과 감정의 긴장감이 모두 뛰어난 시퀀스로, 피터의 성장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을 상징한다. 그리고 피터는 툼스를 죽이지 않고 생명을 구하는 선택을 한다. 이는 스파이더맨이 단지 악당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닌,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윤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이렇게 벌처라는 현실적인 악당을 통해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현대 사회의 불평등, 계층 구조, 자본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다. 이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단지 판타지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과의 접점을 지니며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MCU 내 입지와 아이언맨과의 멘토십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MCU의 세계관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기존의 스파이더맨 영화들이 독립적인 유니버스로 존재했다면, ‘홈커밍’은 MCU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며,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아이언맨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특히 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의 멘토이자, 그를 보호하고 지도하려는 인물로 등장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니 스타크는 피터에게 첨단 슈트를 제공하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그의 의지를 때로는 억누르기도 하며, 그를 감시하고 테스트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장비 제공이 아니라, 피터의 인격과 책임 의식을 기르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피터는 스타크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가 준비되기까지 안전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스타크의 배려가 담겨 있다. 이는 단순한 멘토와 제자 관계를 넘어, 보호자와 보호받는 자, 그리고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감정선으로 발전된다.
영화 후반, 피터가 하이테크 슈트를 빼앗긴 채로도 악당과 싸우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자, 토니는 그를 진정한 히어로로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피터에게 어벤저스 입단을 제안하지만, 피터는 이를 거절하고 일상적인 삶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피터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아직은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는 ‘이웃의 히어로’로 남고자 하는 성숙한 선택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파워 게임을 넘어선, 자아 확립의 중요한 결정으로 읽힌다.
또한 ‘홈커밍’은 MCU 내에서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입지를 마련한다. 뉴욕이라는 공간,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대, 코믹하고 밝은 톤 등은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 차별화되며, MCU의 서사를 보다 다양화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피터의 시점에서 바라본 어벤저스, 토니 스타크의 존재감,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반응은 기존 히어로 영화가 놓치기 쉬운 ‘일반 시민의 관점’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해피 호건과의 관계, 퀸즈라는 지역 사회에 대한 애착, 네드와 메이 숙모 같은 일상의 존재들은 MCU라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도 피터가 철저히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소년’ 임을 상기시킨다. 이는 영화의 톤을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다른 대형 히어로물에서는 보기 힘든 밀도 높은 캐릭터 중심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MCU 내 스파이더맨의 출발점으로서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만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향후 캐릭터가 발전할 수 있는 정체성과 감정적 기반을 확고히 마련해 준 작품이다. 토니 스타크와의 관계를 통해 피터는 단지 또 하나의 히어로가 아니라,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이는 MCU 전체 서사에 인간적인 무게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비극과 숙명 대신, 성장, 일상, 선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십 대의 불안정함, 사회적 갈등, 멘토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피터 파커의 여정은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MCU 내에서의 연결성과 독립성, 감성과 유머의 균형은 본 작품을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