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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영화_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by 취다삶 2025. 10. 18.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4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동아시아 문화와 무술, 신화적 요소를 접목한 첫 번째 본격 아시아계 히어로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의 기원(origin) 스토리를 넘어, 가족 간의 갈등, 정체성의 회복,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MCU 내에서 ‘텐 링즈’라는 조직은 이미 ‘아이언맨’ 1편에서부터 언급된 바 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샹치는 초능력이 아닌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수련을 통해 영웅이 되어가는 인물로서, 기존 MCU 히어로들과는 다른 색채를 드러내며, 새로운 세계관의 확장과 다문화적 접근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마블영화_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포스터 사진
마블영화_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아시아 문화의 재해석과 MCU 내 정체성 구축

 

샹치는 MCU 최초의 아시아계 주연 히어로 영화로, 동아시아 특히 중국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시각적, 서사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화는 중국 무협 장르에서 영향을 받은 촬영 기법, 무술 동작, 의상 디자인, 신화적 요소 등 다양한 아시아적 상징을 통합하며, 기존 서구 중심의 히어로 서사와는 다른 감성과 미학을 구축한다. 특히 초반부에서 묘사되는 타로(Ta Lo) 마을의 신화적 자연 풍경과 무중력에 가까운 무술 전투는, 와이어 액션과 동양 판타지의 조화를 통해 이 영화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아시아 문화의 재현은 단순한 배경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문화적 요소를 캐릭터의 정체성과 성장에 밀접하게 연결시킨다. 샹치는 미국에서 자라며 서양식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자신 안에 숨겨진 동양적 유산과 가족사를 외면한 채 살아왔다. 그의 영웅으로서의 여정은 단지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뿌리와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이민자 정체성, 다문화 갈등, 뿌리 잃은 세대의 내면적 혼란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서구와 동양 사이에서 정체성을 탐색하는 이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또한, 타로 마을의 존재는 MCU 세계관에서 ‘지구의 미지의 영역’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킨다. 이는 마법이나 외계 기술에 의존해 온 기존 세계관과는 달리, 전통 신화와 자연의 힘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타로는 물리적인 공간이자 상징적인 차원으로,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내면의 에너지를 통해 힘을 발휘하는 세계다. 이곳은 서구적 문명과 대조되는 동양적 철학의 구현체로, 무기보다 지혜, 기술보다 조화가 강조되는 공간이다. 샹치가 이곳에서 수련을 거듭하며 내면의 힘을 깨닫는 과정은, 전통적 동양 영웅 서사의 전형을 따르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가 아시아 문화를 다루는 방식은 과거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나타났던 스테레오타입과 달리, 보다 섬세하고 존중의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감독 데스틴 대니얼 크리턴과 주연배우 시무 리우를 비롯한 다수의 제작진이 아시아계라는 점에서 비롯된 문화적 이해와 자기 반영의 결과이기도 하다. 예컨대 영화는 중국어와 영어를 혼용하고, 전통적인 중국 가정의 분위기, 제사 문화, 음식, 의례 등을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녹여냄으로써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지 문화적 소품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의 맥락 속에서 캐릭터와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부자 관계의 갈등과 세대 간 대립의 드라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감정선은 샹치와 그의 아버지 수원우(웬우) 간의 갈등이다. 웬우는 천 년 이상을 살아온 존재로, 텐 링즈라는 전설적인 무기를 통해 불사의 힘을 얻고 전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 조직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살아가며, 그 욕망과 집착이 결국 주변을 파괴하게 되는 비극적인 캐릭터다. 웬우는 자신의 아들 샹치를 자신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혹독한 훈련과 감정적 단절을 강요하며, 이는 두 사람 간의 갈등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샹치는 아버지의 기대와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어릴 적 미국으로 탈출했지만, 그 안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가 남아 있다. 그는 아버지의 방식에 반기를 들었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이는 자녀가 부모의 가치관과 갈등하면서도, 근본적인 유대와 사랑을 부정할 수 없는 복잡한 가족 심리를 반영한다. 영화는 이 갈등을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다루지 않고,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충돌을 통해 인간적인 서사로 확장시킨다. 웬우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나머지,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는 아내가 타로 마을 뒤편의 봉인된 세계에 갇혀 있다는 환영에 빠져, 마을을 공격하고 봉인을 풀려 한다. 이는 사랑이 어떻게 집착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상징하며, 또한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억압적 사랑의 메타포로도 읽힌다. 샹치는 아버지의 이러한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지만, 동시에 그를 완전히 미워하지 못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부자 간의 갈등은 단순한 권력의 다툼이나 복수의 서사가 아니라, 세대 간 가치 충돌, 상실에 대한 대처 방식, 그리고 가문의 정체성에 대한 대립이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샹치는 결국 아버지가 물려준 텐 링즈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용하며, 물리적 계승이 아닌 ‘가치의 재정의’를 통해 진정한 주체가 된다. 이는 자신이 태어난 가문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유산을 새롭게 쓰는 젊은 세대의 정체성 확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영화 속 부자 관계는 히어로 영화에서 드물게 깊이 있게 묘사된 가족 드라마의 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샹치의 내적 갈등과 성장을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부모와 자식, 전통과 현대, 계승과 개혁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감정적 기반을 제공한다. 샹치의 승리는 단순히 싸움의 결과가 아닌, 아버지와의 화해, 과거와의 대면,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다.

 

무술 액션과 마법의 융합: 마블 서사의 새로운 확장

 

샹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액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MCU 작품들이 첨단 기술, 외계 무기, 초능력 중심의 전투를 주로 묘사했다면, 샹치는 ‘인간의 몸’과 ‘무술’을 중심에 둔 전투를 선보인다. 특히 초반부 버스 장면의 격투 시퀀스는 동양 무술 영화의 감성과 현대적인 카메라 워크를 접목시켜 매우 역동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이후 건설현장, 타로 마을, 텐 링즈 본거지 등 다양한 공간에서 무술과 마법의 조화가 섬세하게 표현된다. 샹치의 액션은 단지 시각적 볼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 웬우와의 전투에서는 전통적 권위와 힘의 상징인 ‘강하고 무거운 타격’이 강조되고, 어머니의 무술 방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연한 흐름을 따른다. 샹치는 이 두 방식을 통합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강함과 부드러움, 억압과 자유를 동시에 체화한 존재로 거듭난다. 이는 무술을 단순한 전투 기술이 아닌, 철학적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접근이다. 또한 영화는 마법적 요소와 무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타로 마을은 전통 무술의 본산이자, 고대 마법 생물들이 살아 숨쉬는 세계다. 이곳에서 등장하는 용, 봉인의 존재, 에너지 파동 등은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선보인 마법 세계와는 또 다른 종류의 신비성을 부여한다. 이는 MCU가 마법과 과학, 기술과 초자연을 병렬적으로 펼쳐 나가는 데 있어 샹치가 하나의 교차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샹치가 사용하는 텐 링즈는 그 기원조차 알려지지 않은 고대 유물로, 이후 마블 세계관에서 또 다른 차원이나 외계 문명과 연결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 전투에서 샹치가 드래곤의 도움을 받는 장면은 단순한 시각적 클라이맥스를 넘어, 동양적 상징인 ‘용’이 영웅의 정신적 수호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서구 히어로 서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멘토’ 또는 ‘도구’의 개념을 아시아적 전통에서 재해석한 사례로, 마블 세계관이 점차 다문화적 서사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또한 이 전투는 웬우의 죽음과 동시에 이루어지며, 물리적 승리와 감정적 결단, 그리고 세계 구조의 변화가 맞물려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완성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단지 새로운 히어로의 출현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는 동양 문화와 서양 장르 영화의 융합, 세대 간 갈등의 드라마, 그리고 무술과 마법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샹치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상을 제시하며, 그 유산은 향후 MCU의 핵심 축으로 계속해서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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