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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2019) 피해자에서 인권운동가로 선 그녀의 삶

by 취다삶 2025. 12. 16.

김복동(2019)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단지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데 머물지 않고, 피해를 넘어선 인권운동가로서 그녀가 어떻게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냈는지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단순히 과거의 고통을 증언한 생존자가 아닌, 전쟁과 폭력 피해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싸운 세계시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녀의 용기와 실천, 그리고 역사와 인권을 잇는 삶의 궤적을 조명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하고 행동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김복동(2019) 포스터 사진
김복동(2019)

 

 

 

고통을 말하는 존재에서 역사의 주체로

김복동 할머니는 오랜 시간 자신의 고통을 외부에 말하지 못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소녀의 몸으로 전쟁터로 끌려가 겪은 참혹한 경험은 단지 물리적 피해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체를 부정당한 기억이었습니다. 그러나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하며 그녀의 삶은 전환점을 맞습니다. 영화는 이 순간을 단순한 ‘피해 고백’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는 곧 침묵을 강요당했던 역사의 벽을 넘어, 말함으로써 역사를 바꾸는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녀의 증언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 미국 하원 청문회, 일본 정부를 향한 거리 시위 등 수많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당당히 밝혔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며, 그녀가 세계를 상대로 얼마나 강력한 인권운동가로 자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녀의 증언은 단지 개인적인 고통을 공유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폭력의 구조 속에서 침묵당했던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을 대변하는 연대의 목소리였습니다. 김복동은 피해자이되,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활동했습니다. 이는 수동적 기억이 아니라, 능동적 실천이었으며, 그녀의 삶 자체가 인권운동의 실천 무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녀가 증언을 할 때마다 더욱 단단해지고, 고통을 이야기할수록 더 강해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전쟁을 넘은 연대, 여성의 이름으로 외치다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선 세계 여성 인권의 목소리로 확장됩니다. 영화는 김복동 할머니가 팔레스타인, 르완다, 콩고 등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현지 활동가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자리를 넘어,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돕는 실천가로서의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행보는 단지 감정적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공동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것을 정치적·윤리적 문제로 연결시키려는 시도입니다. 김복동은 "나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국제적 인권 이슈임을 명확히 합니다. 영화는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국제 사회의 여성 운동과 연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위안부 문제의 글로벌 의제를 환기시킵니다. 또한, 그녀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인권운동을 펼쳤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여성이 겪는 폭력,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사회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 스스로 연대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지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여성 주체로서의 사회적 위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김복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보여줍니다. 특히 유엔 회의장에서 외신 기자들과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고, 거리 시위에서 소녀상 옆에 앉아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역사 속 상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동하는 실천가로서의 여성상을 그려냅니다. 이는 관객이 더 이상 김복동을 단지 ‘과거에 있었던 인물’로 보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기억의 계승과 우리 모두의 과제

‘김복동’은 단지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는 전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그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계속되는 수요집회, 그리고 여전히 미해결인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문제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김복동은 생전에 수없이 강조했습니다. “나는 죽으면 없어지지만, 기억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 말은 단지 유언이 아니라, 지금을 사는 우리가 받아야 할 책임이자 행동의 출발점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설교처럼 전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례식 장면, 시민들의 촛불, 수많은 젊은 세대가 이어가는 피켓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억의 계승’을 시각화합니다. 관객은 김복동이라는 개인을 넘어, 하나의 운동이 어떻게 세대와 국가,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는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상징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다큐, 전시, 그리고 학생들의 발표회와 같은 활동은 ‘말해지지 않은 역사’를 기록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구조, 그 목소리를 지지하는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김복동은 단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의 과제입니다. 그녀의 삶은 인간 존엄에 대한 싸움이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그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김복동 개인의 기록을 넘어서, 세계 인권사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행동의 역사이며, 관객 모두에게 “당신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남깁니다.

김복동(2019)은 피해자의 삶에서 인권운동가로 선 한 여성의 궤적을 통해, 기억의 정치, 여성 인권, 국제 연대의 중요성을 절절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은 과거를 말하면서도 철저히 현재에 발붙이고 있으며, 관객이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김복동이라는 이름은 단지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써야 할 기억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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