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도 플랜을 짜는 사람이다. 기상 시간, 운동 시간, 식사 시간, 식단 관리, 일과 여가 시간, 친구들과의 약속, 대인관계 유지, 취미생활, 자기계발까지 이 모든 걸 다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면 당연한 것이고, 이루지 못하면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틀이 나에게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완벽한 계획 속에 갇혀 사는 남자
주인공 이정석은 하루의 모든 것을 계획표대로 움직이는 남자다. 기상 시간부터 식사 메뉴, 이동 경로, 심지어 감정까지도 플랜 안에 넣어두고 살아간다. 위생 강박, 제자리 강박, 뾰족한 것에 대한 강박까지 다양한 강박을 가진 채 철저하게 통제된 일상을 반복한다.
주변을 보면 강박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간간히 보이고, 위생 강박으로 과도한 소독을 반복하다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모서리 강박, 제자리 강박처럼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함을 주는 강박들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강박을 가진 사람의 일상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는데, 강박을 가진 사람들과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더 깊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정석의 완벽하게 닫혀 있던 세계에 어느 날 갑자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다. 과연 철저한 플랜 속에 갇혀 살던 이정석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어울리지 않아서 오히려 더 흥미로운 만남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정석과 그의 인생에 등장하는 여자의 조합이다. 강박적으로 계획대로만 살아온 남자와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여자의 연결 고리가 참 재미있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어울리지 않음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잖아요."
극 중 이 대사가 이정석에게 던져질 때, 왠지 나도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획이 틀어지면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또 다른 계획으로 메우려는 악순환. 이정석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인데, 강박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억지스럽지 않게 코미디로 풀어낸 방식은 분명히 칭찬할 만하다. 다만 두 인물의 연결 고리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중간중간 있어서 몰입이 살짝 깨지는 순간도 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면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흥행보다 더 오래 남는 영화가 있다
2014년 개봉한 〈플랜 맨〉은 흥행 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영화다. 하지만 흥행 성적이 곧 영화의 가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박이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시도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고, 강박을 가진 사람들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위로가 되는 영화라고 본다.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플랜을 짜고 살아가는 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국인들 중 플랜을 짜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이 영화를 보며 내 플랜을 한번 체크해 보길 권한다.
지금 볼 수 있는 곳
왓챠(Watcha),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다. 플랫폼별 서비스 여부는 변동될 수 있으니 접속 후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