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 한국 사회와 언론이 공식 발표를 중심으로 사건을 수용하던 분위기 속에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보기 드문 시도였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었는가”를 단정 짓기보다는, 정부와 국방부의 설명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질문 자체가 억압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언론사 비평과 시민들의 평가, 정치권 반응 모두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 의심과 기록 사이’라는 제목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질문의 권리를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침몰 이후, 국가 발표의 허점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군사적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두 동강 나며 침몰했고,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정부와 국방부는 즉각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발표하며, 전 국민적 충격과 안보 위기의식이 고조됐습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여러 민간 전문가와 언론, 학계에서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천안함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다큐멘터리는 천안함 사건의 공식 조사보고서와 발표된 증거들 백서, 어뢰 파편, 수중사진, 사고 당시 레이더 기록 등에 대해 차분하게 분석하며, 그 논리적 일관성과 과학적 근거를 점검합니다. 이를 통해 다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의문점을 제기합니다. 첫째, 어뢰 공격이라면 선체의 파괴 방향과 실제 침몰 형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발표된 어뢰 추진체와 ‘1번’ 글씨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그 출처에 대한 불분명한 기록 역시 의문을 더합니다. 셋째, 침몰 당시 장병들의 증언과 상황 기록이 일부 누락되거나 축소됐다는 문제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진행했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주요 결론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선별되었다는 지적입니다. 다큐는 그 과정에서 배제된 민간 위원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수록함으로써, 합동조사단 내부의 이견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로 포장된 발표가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과 결합해 구성된 ‘서사’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또한 다큐는 외신과 국제사회 반응, 특히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 정부의 발표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례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국내에서 통용되는 것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북한의 도발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 어떻게 하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이견을 억누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다큐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말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이 질문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허용되어야 할 ‘합리적 의심’의 출발점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영화, 위험한 시선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과 동시에 언론과 정치권, 보수 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상영관은 예정된 대관을 철회하거나 상영을 중단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안보를 위협하는 영화’라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상영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개봉 자체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영화의 내용보다는 ‘상영 여부’ 자체가 사회적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가 권력 사이의 긴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의문을 제기한 대상은 분명히 ‘국가’이며, 그중에서도 군과 정보기관, 국방부라는 강력한 기관입니다. 따라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제기한 질문들은 곧 ‘국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고, 이는 영화의 정당한 비판조차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같은 프레임은 표현의 자유와 비판의 자유를 정당하게 작동시키기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의문을 갖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상영관의 자율성과 상영권 보장을 요청했지만, 여러 극장 체인은 “사회적 분위기상 상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봉을 포기했습니다. 이는 법적인 검열은 아닐 수 있으나, 경제적·사회적 압력이라는 형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간접 검열의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의 지원도 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감독과 제작진은 강한 사회적 낙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본질적으로 ‘질문하는 장르’입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단정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증거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다른 해석 가능성은 왜 차단되었는지를 묻습니다. 이런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라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후퇴이며, 공론장의 해체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다큐는 단순히 천안함 사건 하나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민주사회가 어떻게 진실을 다루고, 이견을 존중하며,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단지 허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질문을 품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천안함 프로젝트>는 그 경계에서 싸운 용기 있는 시도였습니다.
기억과 기록, 다큐의 역할
시간이 흐르면서 천안함 사건은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죽음, 정치적 격랑, 안보 논쟁,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형입니다.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는 이러한 기억을 되살리고, 그 사건이 갖는 구조적 의미를 기록하려는 시도입니다. 다큐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을 보존하고, 질문을 남기며, 사회가 스스로 성찰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장치’입니다. 이 영화는 정확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천안함 사건은 국가 폭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조사 과정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일 수도 있으며, 또는 언론의 자기검열과 침묵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큐가 특정 결론을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관객에게 증거와 정황을 차분히 나열하고, 그 안에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습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의 윤리적 접근이자, 시민 사회에 대한 신뢰의 표현입니다. 더 나아가, <천안함 프로젝트>는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사건의 정치적 효용이 사라지면, 진실은 종종 잊히거나 지워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 영화는, 특히 다큐는, ‘기억을 구조화’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한 시대의 권력과 언론, 시민들의 반응이 어떻게 엮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훗날 이 사건을 이해하고 되짚기 위한 중요한 1차 자료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다큐는 ‘천안함’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권력은 질문받아야 하며, 질문은 언제나 허용되어야 하며, 기록은 권력의 시선이 아니라 시민의 시선에서 남겨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합니다. 민주주의란 단지 투표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질문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그 질문을 던졌고, 그 기록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질문을 지우지 않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