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2018)은 학대받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다시 맞서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외면당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를 통해 구원받는지를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제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영화는 단순히 감정적인 동정이나 자극적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 폭력과 사회적 무관심에 맞서는 개인의 용기를 조명합니다. 특히 주인공 백상아(한지민 분)의 캐릭터는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보호자로 성장하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본문에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의 현실, 여성 서사의 진보, 그리고 ‘용기’라는 감정이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상처를 품고 아이를 지켜낸 용기
영화 미쓰백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긴장감과 인물 간의 감정선이 탁월하게 구성되어 있어 강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주인공 백상아는 어린 시절 자신도 학대받았던 과거를 가진 여성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과자라는 낙인, 여성이라는 사회적 취약성, 보호자도 보호받지도 못했던 성장 환경은 그녀를 점점 더 세상에서 고립시켜왔고, 결국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냉소적인 태도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아는 한밤중 쓰레기더미 속에서 홀로 떨고 있는 소녀 지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지은은 겉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이며, 이내 그녀가 가정 내에서 심각한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상아는 처음에는 이 아이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과 지은의 현재 상황이 겹쳐지며 그녀를 외면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지점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상아는 과거의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누군가를 지키기로 결심하면서 서사의 방향이 바뀝니다. 상아는 지은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아동보호기관, 경찰, 학교 등 다양한 사회 시스템을 접촉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명백히 위험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부모의 동의 없이는 강제 개입을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지은은 계속 학대받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와 무기력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규정상 어렵다'는 말은 현실 속 수많은 구조 실패의 변명이기도 합니다. 상아는 결국 제도의 한계를 넘어, 개인의 결단으로 아이를 지키는 길을 택합니다. 이 선택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선택입니다. 그녀는 과거에 아무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며, 지은만큼은 절대 혼자 두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움직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감정적 폭발로 그리지 않고, 오랜 시간 내면에서 축적된 상처가 용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상아는 지은을 지키는 과정에서 자신도 치유받기 시작하고, 이는 영화 전체의 정서적 흐름을 지배하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지은 역시 상아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합니다. 처음에는 상처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던 아이는, 상아의 반복적인 노력과 진심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결국 그녀를 ‘진짜 어른’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둘 사이의 관계는 혈연을 넘어서, ‘함께 아파본 사람끼리만 가능한 연대’로 형성되며, 이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영화는 이 연대를 통해 보호라는 개념이 단지 법적, 제도적 책임이 아니라, 감정적 책임이자 인간적인 본능일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합니다. 이 영화의 감정선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학대를 그리는 방식에 있습니다. 미쓰백은 학대의 장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묘사를 통해 그 충격을 오롯이 감정으로 전달합니다. 아이의 얼굴에 남겨진 멍, 말없이 떨고 있는 손, 눈치를 보는 습관 등은 폭력이 어떤 식으로 아이의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 깊고 강하게 각인시키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또한 미쓰백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백상아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여성이고, 사회 시스템 역시 그녀를 외면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고 결단을 내리는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합니다. 그녀의 선택과 행동은 그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도, 사랑의 대가로서도 설명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윤리적 결단에 기반합니다. 이 점에서 미쓰백은 단순한 구조 서사를 넘어서, 여성의 목소리와 주체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상아는 지은을 안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이지만, 사실상 모든 것은 이제 시작입니다. 둘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이고, 구조의 한계 속에 있지만, 더 이상은 외롭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존재가 되어주었고, 그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용기’입니다. 미쓰백은 이렇게 상처 입은 자들이 서로를 치유하며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켜낼 용기가 있는가?”
미쓰백(2018)은 학대와 방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도, 결국엔 인간의 용기와 연대, 그리고 치유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냉정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 스스로도 행동해야 할 이유를 느끼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아이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미쓰백이 나타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되고 논의되어야 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