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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잇 스노우 (끝내 닿는 따뜻한 손끝, 2019)

by 취다삶 2025. 11. 19.

Let It Snow(2019)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 옴니버스 영화로, 눈 덮인 하루 동안 일어나는 여러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 사랑과 우정의 순간들을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존 그린, 모린 존슨, 로런 미라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으며,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이 한 날,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며 성장과 연결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듭니다. 본문에서는 추운 겨울 속에 멈춘 마음들, 눈과 음악 사이의 거리, 끝에서 닿는 따뜻한 손끝이라는 세 가지 감성적 주제를 통해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풀어봅니다.

 

Let It Snow(2019) 포스터 사진
Let It Snow(2019)

 

 

 

겨울 속에 멈춘 마음들

Let It Snow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과 상황을 정지된 겨울 풍경 위에 펼쳐 보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눈으로 완전히 덮인 시골 마을이며, 이 하얗게 멈춘 도시 위에 청춘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쌓여갑니다. 눈은 단순한 계절적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의 멈춰 있는 감정을 표현 아니 상징합니다. 이들은 누구도 지금 당장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갈등 속에 멈춰 서 있습니다. 줄리는 명문대 합격 통지를 받아 놓고도, 병든 엄마를 두고 떠날 수 없어 고민을 합니다. 그녀는 기회와 책임 사이에 갇힌 채 머뭇거리고 있으며, 그 내면의 고립은 그녀가 도중에 만나는 가수 스튜어트를 통해 서서히 감정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스튜어트 역시 명성과 외로움 사이의 경계에 있으며, 둘은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조금씩 스며들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정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청춘들의 서사로 읽힙니다. 한편, 오랜 친구 사이인 토빈과 앤지는 감정의 전환점에서 갈등합니다. 토빈은 친구로 지내온 앤지를 짝사랑하지만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앤지는 그런 토빈의 침묵 속에서 감정을 가늠하려 애씁니다. 이들은 감정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그 침묵은 둘 사이를 정체된 채로 만들어 놓습니다. 청춘기의 연애 감정은 직설적이지 않으며, 이 영화는 그 미묘함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눈은 이 모든 감정을 덮는 동시에, 차가운 표면 아래에서 끓고 있는 감정의 움직임을 감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끝나갈 무렵, 인물들은 각자 자신이 멈춰 있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하고, 이는 눈이 녹는 장면처럼 서서히 따뜻한 감정으로 바뀌는 여운을 남깁니다.

눈과 음악 사이의 거리

Let It Snow는 감정의 진폭을 말보다 음악과 배경을 통해 섬세하게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에 깔린 음악과 공간은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하고, 관객의 몰입을 돕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영화는 로맨스와 우정, 성장이라는 주제를 크게 부각하지 않고, 대신 그 감정의 결을 공간과 소리로 천천히 펼쳐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장소인 ‘와플 타운’은 인물들이 마주치고, 서로의 상황을 엿보고, 우정을 나누고, 때로는 감정을 확인하는 곳입니다. 따뜻한 조명이 비치는 이 식당은 눈보라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공간으로 묘사되며, 각 인물의 서사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합니다. 와플 타운은 단순한 장소가 아닌, 감정이 해빙되는 지점이며, 감정의 중심축입니다. 음악 역시 영화에서 감정을 말보다 더 진하게 전달합니다. 잔잔한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은 인물들의 말하지 못한 고민과 갈등을 대변하며, 눈 내리는 거리와 맞물려 더욱 짙은 감정을 만듭니다. 삽입곡들은 단순한 분위기 조성용이 아닌, 인물의 내면을 직접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스튜어트와 줄리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눈길을 걷는 장면은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는 순간을 시각과 청각 모두로 완성해 냅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음악적 힘은 리듬과 공백의 사용에 있습니다. 어떤 장면은 의도적으로 음악이 빠져 있고, 인물의 숨소리와 주변 소리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침묵은 오히려 인물 간 긴장감을 강조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음악은 감정의 해소를 훨씬 더 크게 느끼게 만듭니다. ‘음악과 음악 사이의 거리’가 인물 간 감정의 거리와 절묘하게 겹쳐지며, 관객은 음악이 끊기는 순간에도 인물의 감정을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Let It Snow는 음악과 배경을 통해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청춘들이 겪는 감정의 복잡성과, 그 안에 깃든 진심은 음악 한 줄, 조명 한 줄기, 눈 한 송이로 전달되며, 이는 오히려 더 오래 남는 감정의 여운을 만들어냅니다.

끝내 닿는 따뜻한 손끝

영화의 마지막에서 각 인물은 끝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또 그 손을 잡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해피엔딩’ 그 이상의 감정적 연결이며, 앞서 감정을 숨기고, 머뭇거리고, 혼란스러워하던 캐릭터들이 진심을 통해 서로에게 다가서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서를 완성짓는 결말입니다. 줄리와 스튜어트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건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머무를 의지’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스튜어트는 줄리의 삶을 존중하고, 줄리는 스튜어트의 진심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세상에 발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연결은 단숨에 뜨겁지는 않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진심의 온기로 묘사됩니다. 토빈과 앤지는 오래된 우정의 틀을 깨고, 처음으로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 고백은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적인 어색함과 주저함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고백은 두 사람 사이에 막혀 있던 벽을 허물고, 관계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장면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말 한 마디의 용기’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연애 관계뿐 아니라 우정과 가족, 정체성에 대한 감정들도 함께 다룹니다. LGBTQ+ 캐릭터의 에피소드 또한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이 영화의 주제가 되지는 않지만, 당연한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로써 Let It Snow는 특정한 누군가의 감정이 아닌, 모든 사람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눈이 그치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 하루는 그들에게 전보다 더 솔직하고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안겨주었습니다. 끝내 닿은 그 손끝은 사랑만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 그리고 청춘의 불안함 속에서 피어난 연결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Let It Snow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말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일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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