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단순한 명절 그 이상입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가족과의 시간, 나 자신을 위한 쉼,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바다의 낭만과 낙조의 정취를 담고 있는 ‘서해’는 그러한 추석 여행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충분한 여유를 제공하는 서해는 짧은 일정 안에서도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한 국도 여행은 고속도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풍경, 그리고 우연히 만나는 소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동차, 국도, 3박 4일’이라는 키워드 아래, 추석 연휴 동안 떠나기 좋은 서해 여행 일정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숙박, 관광지, 식사, 이동 동선까지 모두 고려하여 계획된 본 콘텐츠를 통해 알찬 연휴를 준비해 보세요.
첫째 날: 서해로 떠나는 길 위에서 만나는 감성 풍경
추석 연휴의 첫날, 도심을 빠져나와 국도 위로 차를 올리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됩니다. 이번 여행은 수도권에서 출발해 경기도 시흥, 화성, 충남 서산을 지나 태안까지 이어지는 국도 중심 루트입니다. 고속도로 대신 국도 77호선을 타고 남서 방향으로 이동하면, 차창 밖으로 드문드문 보이는 논과 밭, 갯벌과 염전, 소박한 시골 마을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한국의 풍경’입니다. 첫 번째 정차지는 화성시 전곡항입니다. 이곳은 최근 요트와 해양레저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지역이며, 잘 정비된 산책로와 바다 전망 카페가 줄지어 있어 가볍게 여행 분위기를 띄우기에 적합한 장소입니다. 항구 주변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어시장과 횟집이 있어 아침 겸 점심으로 ‘간장게장 정식’이나 ‘회덮밥’을 추천드립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 산책을 하며 짠 바다내음을 마신 뒤, 다음 목적지인 충남 당진으로 향합니다. 당진에서는 ‘합덕제’와 ‘합덕성당’을 들러보세요. 합덕제는 백제 시대부터 시작된 관개시설로, 지금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 위치한 합덕성당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곳은 단순히 역사 유적이 아니라, 조용한 감성 명소로서 최근 여행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서산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갈대밭인 ‘서산 버드랜드’를 들러보세요. 가을 갈대는 서해의 낙조와 어우러져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하며, 버드랜드 인근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추천드리는 코스입니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서산시 해미읍성 근처로 이동해 숙소 체크인을 합니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의 성곽이 잘 보존된 곳으로, 근처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감성 펜션들이 자리하고 있어 ‘도심 속 옛 마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저녁 식사는 서산 3대 특산물 중 하나인 ‘어리굴젓’을 곁들인 밥상이나,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푸짐하게 한상을 즐겨보세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맛과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저녁이 될 것입니다. 숙소에 돌아와 별이 보이는 하늘 아래에서 조용한 밤을 맞이하면, 서해 여행의 서문을 제대로 연 셈입니다.
둘째 날: 태안의 해변과 천리포 숲에서 자연을 마주하다
둘째 날 아침은 한적한 성곽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해미읍성 근처에서 산책으로 시작해 보세요.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여행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차량을 태안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동 경로는 국도 32호선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중간중간 숨은 여행지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태안군 안면읍에 위치한 ‘꽃지해수욕장’입니다. 특히 추석 무렵은 해수욕장이 붐비지 않으면서도 해안선을 따라 걷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꽃지해수욕장의 쌍둥이 바위인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일몰 명소로 유명하며, 이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은 그 어떤 해외 여행지 부럽지 않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면 인파 없이 조용히 산책과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꽃지를 떠나 오후 일정으로는 ‘천리포수목원’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아시아 최초의 민간 수목원으로, 1960년대 고(故) 칼 페리스 밀러 박사가 설립한 이후 전 세계에서 수집된 희귀 식물들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을철에는 오색단풍과 함께 피는 가을꽃들이 수목원 곳곳을 장식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극대화시킵니다. 수목원 내에는 산책로 외에도 작은 카페, 갤러리, 자연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모든 연령층이 즐기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점심은 수목원 인근의 안면도 중심가에서 ‘게국지’ 정식을 즐겨보세요. 게국지는 태안 지방의 향토 음식으로, 간장게장 국물에 묵은지, 해산물, 고기를 넣어 끓인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입니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금세 반하게 되는 맛으로, 쌀밥과 함께 먹으면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오후에는 ‘백사장항’과 ‘몽산포해변’ 코스를 따라 서해의 바다를 다시 한번 체험합니다. 백사장항은 회센터와 어시장, 갯벌 체험장이 함께 있는 복합 관광지로, 갓 잡은 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인근 몽산포해변은 넓은 백사장과 해송 숲이 어우러져 있어 캠핑족과 감성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해변입니다. 해변을 따라 걷거나, 갯벌에 발을 담그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녁에는 태안 읍내나 안면도에 위치한 감성 숙소에서 숙박을 권장합니다. 최근에는 ‘바다가 보이는 풀빌라’나 ‘프라이빗 독채 펜션’이 많아졌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해산물 전문점도 다양하게 선택 가능합니다. 조용한 어촌마을에서의 밤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온전히 씻어줍니다.
셋째 날과 넷째 날: 보령·서천·군산까지 이어지는 낭만 드라이브
셋째 날은 태안을 떠나 서쪽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정입니다. 이 구간은 국도 77호선과 국도 21호선을 따라 이어지는 ‘서해안 드라이브의 꽃’으로, 바다와 갯벌, 어촌 마을, 해안도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구간입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비교적 한산하여 진정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태안에서 출발해 보령으로 이동합니다. 보령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숨은 명소들이 많습니다. ‘무창포해수욕장’은 썰물 때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바닷길을 따라 섬까지 걸어가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리며, 사전 조수표 확인은 필수입니다. 주변에는 조용한 산책로와 벤치, 소규모 카페들이 있어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점심은 보령항 근처에서 ‘바지락 칼국수’나 ‘해산물 뚝배기’를 즐겨보세요. 신선한 조개류를 활용한 음식들이 지역 특산물로 인기입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서천 방향으로 국도를 타고 이동합니다. 서천은 국립생태원과 장항 송림숲, 마량포구 등 다양한 자연 관광지가 집결해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서천 국립생태원’은 국내 최대 생태 테마 공간으로, 가족 여행에 안성 맞은 장소입니다. 실내·외 전시가 모두 운영되며, 각종 기후대 식물과 생물들을 체험하며 교육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오후 일정은 군산으로의 이동입니다. 군산은 전북의 해안 도시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축과 문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근대문화도시입니다. 대표적으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 ‘히로쓰 가옥’ 등 근대 골목 투어가 매우 인기입니다. 군산의 바닷가도 특유의 낭만을 자랑합니다. ‘은파호수공원’이나 ‘선유도’까지 코스를 확장하면 한적하고 감성적인 산책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셋째 날 저녁은 군산 시내에서 유명한 ‘이성당 빵집’ 방문 후, ‘복성루 짬뽕’ 또는 ‘군산식 비빔짬뽕’을 추천드립니다. 군산의 중국 음식 문화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그 독특한 풍미는 타 지역과 차별화됩니다. 숙소는 군산항 근처의 호텔이나 시내 감성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이동 편의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날은 아침 식사 후 군산의 ‘진포해양공원’ 또는 ‘장자도 산책로’를 마지막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를 제안합니다. 이후 고속도로를 타고 귀경하되, 익산 또는 전주 방향으로 우회하여 점심 식사를 하고 전주한옥마을을 살짝 들러보는 것도 좋은 마무리 플랜이 될 수 있습니다. 서해 국도 여행은 ‘낭만’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여행입니다. 느린 속도, 바다의 소리, 사람들의 정, 그리고 풍경에 녹아 있는 시간의 흔적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서해의 여백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보세요. 그곳에서 진짜 여행, 진짜 쉼,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